2008년도에...

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를 청취하고...

에너자이저52 2008. 2. 12. 04:33

 

몇일전 출근길에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를 청취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어린 두자녀가 있었는데 방과후엔 딱히 갈곳이 없어
학교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부모님이 일하는 일터로 전철을 타고 가야만 했답니다.

 

처음엔 할머님이 동행해 주셨고,
몇번 출구로 들어가서 어느 방향 전철을 타고 어디서 내려서
몇번 출구로 나가면 부모님 일터인지 확실히 익혔을때쯤엔
두자녀만 이동을 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익혔다고는 하지만 워낙 세상이 흉흉하여
아이들이 오기전엔 맘이 놓이질 않았던 부모...
그러던 부모에게 어느날 전화한통이 걸려왔더랍니다.

 

어떤 할아버님이 누구누구의 부모가 맞느냐
학교가 어디냐... 꼬치꼬치 캐묻더랍니다.
그 전화기 넘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리더랍니다.
덜컥 겁이 났지만... 애써 참고 왜 그런지 여쭸답니다.

 

그 할아버지 왈...

아이들이 어느 전철역 한켠에서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서럽게 울고 있더랍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재미나게 웃고 떠들다 내려야 할곳을 지나쳤답니다.
항상 다니던곳만 익혔던 아이들이다보니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겁을 먹었던거죠.
어떻게 다시 되돌아가야할지도 망막했을테구요.

 

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되돌아가는 전철을 태워주시면
역에 가서 아이들을 맞이하겠노라고 부모가 부탁하였답니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께선 마음이 놓이질 않아
아이들 두 손을 잡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고 합니다.

몇날 몇일이 지나고서도 그 두 자녀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행복해한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뜻한 인심을 베풀어주신
할아버지께 방송을 통해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사연이였습니다.
아직까지 이 세상은 살아봄직 하다고...

 

그 사연을 다 읽었을때쯤...
콧잔등이 시큼하며 가슴이 뭉클 눈물도 그렁그렁...

출근길에 누가 볼까 애써 표정을 다잡고 있을때에...

 

그때... 양희은씨가 그럽니다.
그 아이들이 마냥 믿을까봐 걱정된다고...
모두 그 할아버지 같이 좋은 사람일거라 생각하고는
낯선 사람의 손 잡을까봐... 어디까지 사람을 믿으라고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말입니다.

 

전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 무서운 바이크를 왜 타냐고 하면...
무서운 인간들하고도 부대끼며 사는데 그까이 바이크 쯤이야... 라고 말합니다.

 

바이크는 내가 어떻게 컨트롤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신경 썼느냐에 따라서 솔직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퍼주고 또 퍼 주어도 한순간 등돌리는게 사람입니다.

 

헌데 웃긴건...

나는 정작 사람을 믿지 않으면서... 별로 세상 살맛 안난다고 하면서...
어린친구들이나 내 아이들에겐 그래도 세상은 살아봄직하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주는만큼 언젠가는 되돌아 온다고 말합니다.

속으로는 믿지 말라고... 상처 받지 말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내 아이들만큼은...
누군가가 손 내밀었을때에 믿고 잡을 수 있는...
정말정말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정으로 밝고 환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